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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비움 _ 미니멀라이프

핵개인의시대 : K장녀 콤플렉스에 대한 나의 고민

by 평생 운동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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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뒤 결혼을 하고 이민을 가야하는 나의 고민은 부모님이었다. 가족과의 연대가 너무나 단단한 우리 가족은 독립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음에도 마흔이 된 나는 아직도 부모님에 대한 고민을 한다.

삼십대 초반 회사도 가족도 모두 힘들어 혼자 배낭을 메고 떠난적이 있다. 물론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의존적이고 여린 막내딸의 모습이 있었지만, 환경이 바뀌고 여행에서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다보니 사회나 가족에 대한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부모님도 나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직업을 다시 찾기까지, 그리고 그 직업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 부모님의 도움과 지원을 계속적으로 받았다. 그러면서 다시금 서서히 부모님의 그늘아래로 들어가서 벗어나기 힘든 연결고리가 생겨난 기분이다.

왜인지 모르게 아빠의 연락은 부담스럽고, 엄마는 내가 계속 챙겨야 할 존재가 되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이런 마음은 부모님이 전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분은 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어하지 않아 하시겠지만, 의도치 않게 계속적으로 오는 걱정 연락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결혼을 하며 이민을 가는 것이 부모님은 무척이나 서운하겠지만 나에겐 완전한 독립의 계기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랑 될 사람은 자기 가족도 챙기지 않는 초개인적인 사람이기에, 그의 부모님에 대한 부담도 솔직히 적다. 물론 한국 문화에서 자란 나는 그것에서 아예 자유롭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암튼 아무도 지우지 않는 가족에 대한 짐을 스스로 짊어지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모님 댁에 갈때마다 과도하게 나를 챙기는 아빠의 모습이 난 왜이렇게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와는 에너지가 많이 부딪히는 느낌이다. 일흔이 넘은 아빠는 세상을 다 산사람처럼 언제나 신세한탄과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듣고 싶지 않고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집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갖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지울 순 없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그러느냐에 대한 마음을 지우기 쉽지 않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던 나는, 혼자 살면서 엄마를 딸처럼 케어하며 좋은 것을 사주고 경험 시키며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의 결혼으로 인해 챙기지 못할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엄마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스스로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기에 아빠만큼 마음의 짐이 되진 않는다.

이러한 나의 고민에 답을 하듯, 세바시 인생질문에서 송길영 작가님이 핵개인의 시대 책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나의 고민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내려주는 듯했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을 가면 죄책감을 느끼는 나와 같은 k 장녀 콤플랙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모님의 희생에 감사는 해야겠지만 각자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야 한다고,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야하니까에서 벗어나서 진짜 하고 싶을때 진심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독립이, 선을 긋는 행동과 말들이 부모님께 상처가 될 수 있고, 서운함을 전할 수 있고,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상처가 나겠지만, 서로 그 과정이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다. 핵개인으로 제대로 살기 위해서 부모님 뿐만 아니라 예비 신랑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정말 제대로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에게 마음으로 의존했던 내가, 그 의존 상대가 남편으로 넘어가는 것은 최악의 케이스이다. 미국으로 가기로 한건 내 선택이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준비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누구를 탓할 이유도, 이해를 바랄 이유도 없다. 제대로 일어서자. 혼자의 힘으로. 그리고 이젠 정말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감은 내려놓고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 볼 수 있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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